2019 전시 결산 - 김이현

👩🏻‍💻2019 전시 결산📊 - ✍️김이현

 

1. 개인전(혹은 작품) 중 가장 좋았던 것

 

<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 : Forever>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가장 좋았던 전시? 작품?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한 번 더 가서 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전시가 그러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작년의 하반기 동안, 무려 6개월 동안 길게 전시를 열었으나 한 번밖에 가지 못해 아쉬웠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 : Forever>전시가 떠올랐다. 이 전시는 인스타그램으로 여러 인증샷을 본 만큼 화제의 전시였었다. 그런데 그 어떤 사진, 글귀, 리뷰, 기사보다 전시장 안에서의 경험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특히 개별 작품보다는 사방이 벽으로 된 방 내부에서의 경험들을 언급하고 싶다. 흑백의 글귀로 둘러싸여 공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글을 읽어내야 했던 방, 그보다 큰 공간이지만 벽에 걸린 작은 작품들을, 방의 테두리만을 따라 걸어 다녀야 했던 방, 가운데에 앉아 4개의 벽 중 영상이/소리가 나올 때마다 눈과 귀를 돌리기 바빴던 방. 각기 다른 감각과 행동이 발현하던 방들을 한 번 더 체험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해당 전시를 재밌게 봤던 관람자가 있다면 팟캐스트 듣똑라의 오디오 클립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바바라 크루거 깊이 읽기 (f. 김경란 큐레이터)” 을 들으며 전시를 다시 기억해보길 추천한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10/clips/358

 

 

2. 기획이 인상깊었던 전시

 

<리브 포에버 Live Forever> (하이트컬렉션)

사진 전시에 대해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맞게 재밌게 감상한 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재밌게 본 사진 전시 <리브 포에버 Live Forever>가 인상 깊었다. 특히 2층의 공간이 흥미로웠는데, 우선 김경태 작가의 경우 Whistle에서 열렸던 개인전에서 정육면체라는 단일 사물을 촬영한 시리즈와 같이 이 전시에서도 백색 책자라는 단일 사물을 촬영한 사진들을 전시했다. 그런데 책자라는 특성 때문에 해당 사물은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같은 사물을 촬영한 여러 사진들은 그 대상이 각자 달랐던 것처럼 보여진다. 김경태 작가의 흑백 그래픽 같은 작품 옆에는 오색찬란한 오연진 작가의 작품들이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연진 작가의 작품들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과정에서 대상과 카메라를 제외한 결과물인 만큼 알 수 없고 추상적인 자국들이었다. 또한, 사각의 프레임으로 촬영돼 액자로 마감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달리, 작가의 작품은 대상이 없고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커팅 된 인화지 채로 벽면에 걸려있었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된 벽면을 보면서 사진이라는 것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음을 더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인상 깊은 전시였다. 

 

 

3. 올해의 발견

 

2019년에 발견한 작가로는 8월 30일부터 레인보우큐브에서 열렸던 박채린 작가의 전시 <박채린 개인전 : History of All>를 꼽고 싶다. 이 전시의 개별 작품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정교한 석상을 가운데에 두고 명랑한 도형들을 주변에 채운 평면 그림과 작은 입자들을 아래에 깔고 돌탑처럼 쌓아 올려진 일련의 정교한 입체들. 그리고 작품들이 벽과 바닥에 함께 놓인 전시 풍경은 기묘했다. 높은 채도의 다양한 도식과 오브제로 채워진 전시장의 방들은 시각적이고 미적인 무언가를 염원하는 장소이자 그 과정의 결과 보고 아카이빙처럼 보였다. 

2019년에 발견한 공간으로는 6월 10일부터 전시를 오픈한 온수공간을 꼽고 싶다. 홍대라는 넓은 구역에서 전시공간이 없었고, 없을 것 같은 위치에 자리한 온수공간은 골목과 어울리지 않게 정적인 공간이었다. 입구와 정원을 비롯해 외부는 고요한 풍경이었지만 내부에는 나무 벽면과 철근 골조가 드러나고 아슬한 계단이 있는 등 재미있고 기대되는 공간이었다. 

박채린 작가의 작품(좌, 가운데)와 온수공간(우)

 

4. 올해 인상깊었던 토크 / 전시연계 행사 / 프로젝트 / 출판(도록, 작품집)

 

<안데스 개인전 : 지질학적 베이커리> (팩토리2)

연계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실 전시 그 자체이긴 하지만 팩토리2에서 열렸던 <안데스 개인전 : 지질학적 베이커리>가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에 머물며 빵을 생산해내던 작가님에게 빵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듣고, 우주를 함축하는 빵 리스트를 마주할 때는 약간 당황했었다. 우주와 빵의 연결고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심심했던 입을 채울 빵을 골라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작가님의 추천으로 ‘달걀동소체’라는 것을 골라 구매하고,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달걀 껍질을 까서 먹었다. 달걀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빵은 내 입을 가득 채웠고, 동시에 내 머릿속은 물질과 비물질, 액체와 고체, 우주와 미술, 빵집과 전시공간에 대한 물음표로 가득 찼다. 하지만 지질학과 같은 과학적인 사유를 베이킹이라는 과정으로 풀어낸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은 꽤 유쾌하고 재밌었다. 

<안데스 개인전 : 지질학적 베이커리>의 메뉴와 달걀동소체

5. 올해의 물음표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아트선재센터)

전시장을 배회하던 얼굴이 조각된 로봇청소기가 정말 궁금하다. 그 작품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던 관람객을 따라 하는 것인지, 어떤 규칙에 따라 전시장을 떠돌게 입력된 것인지, 제목처럼 무슨 의미인지 궁금한 작품이었는데, 동시에 그 기이한 생김새 때문에 나의 시선을 계속 빼앗았다. 무엇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으나 3장의 사진이나 찍혀져 내 핸드폰 안에 남아있는 걸 발견해서 이 결산에 기록하게 되었다. 

 

 

6. 놓쳐서 아쉬웠던 전시

매년 연말을 장식하던 <더 스크랩>을 놓쳐서 너무 아쉽다.

 

 

7. 2019년의 OOO

2019년의 근대미술 전시 : 현대화랑 <한국화의 두 거장 : 청전, 소정>, 학고재갤러리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

2019년의 야간 전시 : 시청각 <GHOST SHOTGUN>

2019년의 퍼포머상 :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배경복사반사> (나는 퍼포머들이 관람객이 없을 때 어떻게 퍼포먼스를 수행하고 있었을지 궁금했다.)

2019년의 조명 : 원앤제이갤러리 <김병조 윤향로 : FW19>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배경복사반사>(좌), 원앤제이갤러리 <김병조 윤향로 : FW19>(우)

2019년의 주택 : 이유진갤러리 <그린그린그림>, 아트선재센터 <리킷 : 슬픈 미소의 울림>

이유진갤러리 <그린그린그림>(좌), 아트선재센터<리킷 : 슬픈 미소의 울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