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주비엔날레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 파빌리온 프로젝트



2018 광주비엔날레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 파빌리온 프로젝트

광주시민회관, 2018. 9. 6 - 10. 20


글 김이현, 송이랑, 장예지





익명의 밍크, 익명의 오리, 익명의 회색곰으로 분한 와우산 타이핑 클럽 세 명의 필자가 2018년 9월 8일에 관람했던 2018 광주비엔날레의 파빌리온 프로젝트인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를 톺아본다. 시간적 격차로 인해 다소 휘발된 기억을 환기하기 위해 당시의 현장성을 담은 텍스트와 사진 등을 참고했다. 세 명은 하나의 전시에 대해 리뷰를 공유했고 구글 문서에 동시 접속하며 하나의 텍스트를 생산했다.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2018 광주비엔날레의 위성 프로젝트로 해외의 미술기관을 초대하여 연계 전시를 개최한다. 파리의 팔레 드 도쿄는 이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시민회관이라는 낡은 공간에 작가 11명(팀)의 작품을 전시했다. 1971년에 지어진 광주시민회관은 2015년 재개관 후 실용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광주 비엔날레 커미션 전시가 이루어진 옛 국군광주병원과 병원 부지의 교회와 비교하면 정돈된 외관이지만, ‘시민 없는 시민회관'이라는 어느 기사의 타이틀처럼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공간의 느낌이 강했다.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에서 이 비실용적인 건물은 그 독특한 구조 자체가 하나의 전시의 틀을 제시하고 있었다. 보통의 전시가 기획 과정에서 그 동선을 고려하여 구성된다면, 이 파빌리온 전시에서는 본래 공간 자체가 제약이자 조건으로서 기획을 이끈다. 특히 줄리앙 크뢰제나 베르다게르&페쥐의 작품은 한정된 공간과 동선을 적절히 이용한 예시이다. 자연스럽게 전시를 되짚어 보는 과정도 전시장을 거닐듯이 동선을 따라가게 된다.



전시된 작품을 하나로 잇는 것은 프랑스의 시인인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의 시, '싸움의 기술(The Art of Struggle)'이다. 각기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작가들이 미셸 우엘벡의 시를 번역해서 작품으로 치환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알고리즘처럼 작동하여 전시를 구성한다. 전시 전반에서 원전으로 기능하는 미셸 우엘벡의 시는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각적, 청각적으로 관람객을 쫓아다닌다. “보이지 않는 표피”, “몸, 몸은 귀속이다”, “우리는 우리의 투명함 속에 갇혀있다” 등의 어구와 함께 시라는 원전을 매개로 한 전시 전체를 우엘벡의 시가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의 입구에 위치한 미셸 우엘벡의 시를 시작으로, 1층의 전시는 주로 신체에 비유되거나 신체를 매개하는 작업들이 위치했다.

하오 니, ‘구조연구Ⅴ’, 다양한 관악기, 인공 땀, 인공 소변, 연상, 에어 컴프레서, 공압 호스, 타이머, 혼합 매체, 190x250x250cm, 2018





(좌)최윤, ‘척추동물의 자가-갱신’, 혼합 매체, 가변크기, 2018

(우)이미래,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말해진 것들은 한 번도 충분한 적이 없었다’, 모터, 실리콘, 실리콘 오일, 비닐, 철선, 혼합 매체, 가변크기, 2018


전시장의 첫 번째 작품인 하오 니(Hao Ni)의 '구조 연구 V'는 인공 땀과 인공 소변으로 처리된 관이 전시 기간 내내 점점 녹스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관람객은 그저 얼룩진 표면만 확인할 수밖에 없다. 이어서 전시된 이미래 작가의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말해진 것들은 한 번도 충분한 적이 없었다'는 천장 구조물과 동일한 색채로 질척한 실리콘 오일이 흘러내리는 대형 비닐 덩어리였다. 이 설치물은 하오 니의 작품보다는 가시적인 속도로 움직이면서 세 가지 정동을 표현하는 제목의 단어처럼 바람에 의해 약하게 운동했고, 전시장에 기생하는 유기체처럼 전시 관람이 끝나는 순간까지 관람객의 시야에 계속 포착된다. 한편 이미래의 비닐 조각의 맞은편에는 최윤의 이전 작업들에서 누락된 부분들이 척추동물로 갱신된 풍경이 있었다. 과거에 미처 사용되지 않았던 부산물들은 ‘목, 팔과 다리를 최대한 길게 늘일 것’, ‘가까운 주변을 따라 하되 더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 등 몇 가지의 규칙 같은 조언을 통해 직립을 시도한다. 땅을 딛고 쌓인 최윤의 조각 군상은 천장에 매달린 이미래의 작품과 대치하고, 두 작가의 작품은 광주시민회관의 무대와 객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좌)타리크 키스완손, ‘망자(亡者)’, 청동, 130x60x40cm, 2018

(우)루이즈 사르토르, ‘공중전화’, 목재 케이스에 과슈, 25x14x6cm, 2017


(좌)줄리앙 크뢰제, ‘뜨거운 옥수수 말보로’, VR 헤드셋, 금속, 플라스틱, 패브릭, 로프, 그물, 페인트, 비닐 시트, 가변크기, 2018

(우)2층 전시 전경



또한 타리크 키스완손(Tarik Kiswanson)는 1층의 구석과 3층의 복도에 소년의 모습을 한 조각상을 놓았다. 두 조각 사이의 복도에는 이들을 연상시키는 쌍둥이 어린이의 퍼포먼스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계단식 관람석을 지나 도착한 2층에는 복도 곳곳에 루이즈 사르토르(Louise Sartor)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일회용품 따위의 물건 평면에 그려 넣은 도시 이미지처럼 관람자는 일회적이고 휘발적으로 좁고 긴 복도를 스쳐 지나간다. 유리로 구분된 공간을 오브제로 채운 줄리앙 크뢰제(Julien Creuzet)는 유리벽면에 반투명한 재질로 인쇄된 이미지들을 붙였다. 자연스럽게 유리 밖 풍경은 반투명한 이미지에 투사되고, 그와 동시에 VR을 통해 다른 차원과도 연결되면서 관람자는 내부에 있으나 외부에 놓이게도 된다.


한편, 베르다게르&페쥐(Berdaguer & Pejus)는 2층의 곡선 복도를 따라 일련의 조각들을 진열했다. 연속적인 움직임으로 증식되는 신체들을 한순간에 박제해 버린 듯한 조각 작품은 2층의 휘어진 공간을 따라 배치되었는데, 이 기이한 조각의 정체는 전시의 마지막 동선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3층 복도 끝에는 아랫층의 조각들과는 상반적으로 부드러운 움직임의 궤적을 담은 영상 작품이 재생됐다. 관람객은 이 마지막 영상을 통해 비로소 아래층의 조각들이 신체의 움직인/축적된 자국들의 형상임을 유추할 수 있다.



(좌)베르다게르&페쥐, ‘히스테릭한 조각품’, 3D 프린팅, 메틸렌블루, 가변크기, 2017

(우)‘질료 없는’, 루핑 비디오, 18분, 2017 (무용수: 바르바라 사로)



  다란 담론을 이야기하는 광활한 본 전시와 비교해, 주제의식을 공유하는 11명(팀)의 작가들에 의해 변주된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는 보다 명료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명료함은 전시로서 작품, 공간, 기획 등이 파악 가능한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모호한 상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모호함을 해석 불가능성으로 단정하지 않고 전시라는 틀 안에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서로 연결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도록 한다. 1층의 전시는 내적 운동성, 직립 등 신체를 경유한다. 그리고 2, 3층의 전시는 스치는 도시의 물건과 모습, 움직이는 신체가 축적한 흔적, 1층의 야외무대가 침범하는 유리창과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VR 등 전시장을 산책하는 관람객의 신체와 겹쳐진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필자 3명의 신체를 거쳐서 글이 됐다. 이 모든 과정은 전시의 시작인 미셸 우엘벡의 시구절, “우리는 우리의 투명함 속에 갇혀있다"와 느슨하게 연결된다. 이질적인 외부와 끊임없이 교류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개별적으로 내재화하는 과정이 시, 번역, 전시 도처에서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 전시 구성을 도식화하면 ‘시(A) - 번역(B) - 전시(C)’의 형식일 것이다. 원전인 시(A)에서 작가들의 번역(B)을 거친 작업이 하나의 전시(C)로 구성된다. 프랑스어에서 타국어로 해석되는 과정을 거치고, 이후 작가들의 시각언어로 또다시 번역되면서 전시(C)에서는 시(A)의 본래 의미는 다소 희석되었다. 하지만 번역은 원래의 것을 완전하게 다른 언어로 치환하는 것이기보다 다른 것들과 잇고 파생시키는 행위에 가깝다. 시로부터 비롯된 모호성은 전시 전반에 깔려있다. 이러한 전시의 모호성을 해석하여 글로 환유하려는 시도 또한 번역에 해당하는 과정일 것이다.



*구글 독스에 접속해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의 리뷰를 변주할 수 있습니다.    


*사진 이미지 출처 

www.galleryvacancy.com/ni-hao-gwangju-biennale.html

www.leemire.com/hec2-kor

www.yunyunchoi.com/index.php/18/---self-renewal-of-vertebrates/

www.acc.go.kr/en/notice/Reporter/list/941

www.facebook.com/palaisdetokyo/photos/hors-les-murs-inspir%C3%A9s-par-les-travaux-de-charcot-le-duo-dartistes-berdaguer-p%C3%A9j/10156693841539350/

www.de-lart.org/produit/christophe-berdaguer-marie-pejus-sine-materia-2017-editions-del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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