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장 조종사가 되었다, <매핑 더 시티>
우리는 현장 조종사가 되었다
<매핑 더 시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7.10.19. - 10.29.
글 콘노 유키 (Yuki Konno)
1. 우리는 땅을 딛고 걷는다.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작품이 도시를 주제로 다루는 경우 흔히 ‘현실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신화의 세계관이나 이상적인 미가 주어진 고상한 인상과 달리, 20세기 초 베를린 다다나 영국 팝아트 작품에서 다루어진 모티프는 자본주의와 대량소비의 한 측면이었다. 오늘날, 예를 들어 제레미 델러(Jeremy Deller)의 'It Is What It Is' (2009)가 그렇듯이, 예술작품은 종종 사회의 일면을 포착하는 하나의 도구가 된다. 아무리 사진이 현실을 재현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할지라도, 나머지 다른 장르가 이상향 혹은 미적 추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이슈에 주목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서 보다 다양한 재료로 예술작품이 제작된다. 예술가의 눈이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던 시기에서, 이제 주변을 살피고 바닥을 보는 예술가의 모습이 오늘날에 발견된다.
김정모, 전혜주 '개포주공 관광 안내소' 설치전경
2. 우리는 분석가가 된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10월 19일에서 29일까지 열린 <매핑 더 시티>(기획:홍유영)에서 소개된 작업은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하며 도시와 사회를 관찰하는 작가의 시각을 통해 표현되었다. 사진 작가 조습은 2013년의 '일식' 시리즈에 이어 '제국' (2017)를 보여준다. 그는 과거의 전통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사진 작업을 통해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그의 작업에서 전통화에 찾을 수 있는 구도와 인물의 몸짓은 왜곡되어 재현되는데, 그 과격한 연출 때문에 전형적인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김정모와 전혜주는 '개포주공 관광 안내소' (2017)를 통해 개포주공 단지를 소개한다. 하나의 부스처럼 생긴 구조물 안에 수집한 식물과 안내 리플렛, 그리고 영상이 있으며, 현장에서 실제로 촬영된 영상을 볼 수 있다. 투어 형식으로 진행된 영상을 보면 낡은 건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안내라는 말로 관람자를 환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관광을 통해 재개발구역이 갖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관객들의 기대, 더 궁극적으로는 관광이라는 단어가 주는 즐거운 이미지가 아니라 관람객은 발전이 더딘 도시의 일면을 영상을 통해 목격한다.
홍유영 '온실 프로젝트' 설치전경
홍유영의 '온실 프로젝트' (2017)는 조립식 온실 안에 아늑한 빛을 받아 생생하게 보이는 화분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 화분들은 버려진 것들로 작가가 정릉동에서 수집한 것이다. 이전 주인에게 버려진 식물은 다시 사람(작가)의 손으로 넘어가 인공적인 구조물과 내부의 식물생장조명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생하게 비추어진다‘. 김세진의 '밤을 위한 낮' (2014)에서 관람자는 황량한 건물이 늘어선 이미지와 도시의 이미지를 번갈아 감상할 수 있다. 폐허의 정지된 시간성과 전동차 안에서 찍은 산만한 이미지는 대조를 이루어 황폐한 도시와 활기찬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작가들은 단순히 현실 또는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공통적으로 분석에 중요성을 찾는다. 전통 속에 나오는 이미지가 얼마나 전형적인지, 사라져가는 주거지는 어떤 식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사람의 손을 떠난 식물이 어떻게 다시 사람의 손으로 돌아오면서 생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황폐한 도시 속에 어떤 것을 찾을 수 있는지 작품을 통해 디코딩을 시도한다.
김세진 '밤을 위한 낮' 설치전경
3. 우리는 현장 조종사가 된다.
거기서 관람객은 무엇을 보는가? 작가의 눈을 통해 사회의 모습을 눈 여겨볼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예술작품은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들의 눈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제시한다. 이 맥락에서 김세진의 영상작업에 피에트로 마스카니(Pietro Mascagni)의 베리즈모 오페라(verismo opera: 이탈리아에서 탄생하여 현실을 주제로 다루며 기법적인 요소가 덜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의 간주곡이 쓰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아무리 영상 마지막 장면이 희망적으로 비춰질지라도, 이는 결국 (반복재생으로 인식되는 상영형태와) 작품을 통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말하자면 작품을 통해 관객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전통적인 예술에서 흔히 거론되는 허구 ‘이상의’ 것, 즉 현실이다. <매핑 더 시티>에서 각 작업은 현실을 바라보고 있고, 관객들에게 현실을 마주하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을 연상시킨다. 'The Beloved (Voices for Three Heads)' (1991)을 보면 “우리의 사랑은 평탄한 공간을 알고 있었다. / 우리는 현장 조종사(FIELD OPERATORS)가 되었다. 우리는 격자를 해독하고자 하였다.” 이번 네 작업을 통해 관객 또한 깁슨의 시에 나오는 평탄한 공간을 해독하는 조종사가 된다. 작가는 도시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관객은 예술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고 분석할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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