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C의 스크랩 - 송이랑

📍 송이랑의 스크랩 - 5장

 

01번 : 권해일 / 06 - #03a_02.2017

02번 : 정시우 / 10 - SSV1512312155

03번 : 김은아 / 02 - Untitled

04번 : COM / 04 - A. 낮잠 자는 인물

05번 : Tamura Yuichiro / 07 - from the series “Stone of Madagascar”

 

 

1. 가기 전에 생각했던 키워드 혹은 선정기준은 이렇습니다.

👉맛있는 것부터? or 맛있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더 스크랩> 가는 길에 WTC 멤버들과 나눴던 '스시 먹는 순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스시를 먹는데 기준이 있었던가. 그저 젓가락이 이끄는 대로  먹는 게 스시 아니던가.

뜻하지 않은 자기 성찰로  <더 스크랩> 직전까지 선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천 개의 스시'를 손 가는 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2. 쇼룸에서 사진을 고르면서 실제로 작동한 기준은 이랬습니다.

👉 다시 스시. 사실 '젓가락이 이끄는 대로'라고 해서 순서가 없는 건 아니다. 쫄깃한 식감의 광어 뱃살 다음엔 기름 많은 연어를 먹고 싶어진다거나, 호사롭게 대뱃살을 즐긴 뒤엔 소박한 오이말이 스시가 생각나는.

뚜렷한 기준이나 키워드는 없었지만 앞에 선택한 사진이 그다음 사진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한 장 한 장 골라나갔다.

 

3. 이 사진을 왜 골랐냐면.. 💁🏻

 

01번 : 복잡한 화면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에 끌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기분이랄까. 사진을 고를 때는 이런 전체적인 느낌만으로 골랐는데 세세히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더 큰 사진이다.

02번 : 가장 처음에 고른 사진이다. 이후 이어지는 쇼룸에도 같은 시리즈로 보이는 흥미로운 사진이 있었지만 (먹었던 스시를 뱉어낼 수 없듯) 처음에 선택한 사진을 구입했다. 프레임을 가로지르며 사진 위로 한 겹 한 겹 쌓인 레이어가 유발하는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다.

03번 : 먼저 화면 앞쪽의 빛에 눈이 갔다. 피어오르는 불꽃 뒤로 보이는 넓은 바닥과 나른함은 그 시선을 머물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앞쪽의 불꽃에 대해 처음에는 찍는 과정에서 렌즈에 맺혀 생긴 빛이 아닐까 추정했지만, 구입 후 작가 노트를 참조하여 디지털 콜라주, 즉 후작업에서 더해진 이미지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렌즈에 맺힌 상이든 후작업에서 얹힌 이미지이든) 불꽃으로 현현하는 피사체 앞에 놓인 막(膜)이 흥미롭다.

04번 : 단순히 사진을 찍은 사진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사실 사진이 붙어있는 가구를 보여주고 그 뒤의 공간까지 담고 있다. 뒤로, 또 뒤로, 명징하게 드러나는 작가의 의도가 통쾌하다.

05번 : 앞선 네 장의 사진과 다르게 이야기에 끌렸다. 물론 시각적으로도 정제된 이미지이지만, 두 손에 들린 돌이 매일 다른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아 작업실에 붙여 둘 생각으로 구입했다.

 

4. 모아놓고 보니 이렇네요

 

👉 (5번의 사진을 제외하고) 켜켜이 쌓이고 얹힌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레이어'가 눈에 띈 작품도 있었지만, 특정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고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름 일관된 주제를 획득한 것 같아 안도했다. '층위(레이어)'는 한 장의 사진에서 평면으로 구현된다. 그러나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층을 따라 일어나는 시선의 이동과 그에 따른 평면의 증폭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5. 고르지 못했으나 눈에 밟히는 사진은

 

👉 맛보지 못한 995개의 스시가 있는데 어떻게 하나만 고르겠는가. 농담이 아니라 구입한 사진들을 다시 보았을 때 쇼룸에서의 인상과는 또 다른 발견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사진들도 새삼 궁금해진다.

 

6. 다른 멤버들의 스크랩을 살펴보니

👉 'WTC의 스크랩' 기획 초기부터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은 들었지만, 생각보다 그 과정이 더 즐거웠다. 자기만의 방식과 속도로 쇼룸을 누비며 사진을 고르고, 그 사진을 앞에 펼쳐 두고 '아무 말(?)'을 늘어놓는 사이 드러나는 각자의 취향과 성격을 바라보는 것이 흐뭇했다.

비슷한 기준으로 전혀 다른 사진을 고르기도 하고, 같은 사진에 대해 각기 다른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특히 '조은채의 스크랩'은 내 스크랩과 비슷하게 '겹겹이 얹은' 이미지로 구성되었지만, 단 한 장도 겹치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 보는 듯한 사진까지 있어서 더욱 주의 깊게 보았다. 두 스크랩 모두 김은아 작가의 작품을 선정했는데 '레이어'의 측면에서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