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C의 스크랩 - 김이현

 📍김이현의 스크랩 - 5장

01번 : 윤지영 / 04 

02번 : 이은희 / 08 - Flat Blue Sky_1

03번 : 권해일 /  06 - #03a_02. 2017 

04번 : 조혜진 / 07 - Pineapple in Hanoi 

05번 : LBK x Hideyuki Yamano / 04 - Hideyuki Yamano BCG025_400% 

 

1. 가기 전에 생각했던 키워드 혹은 선정기준은 이렇습니다.

👉 <더 스크랩>에 가기 전에 생각했던 키워드나 선정기준은 없었다. 작년부터 <더 스크랩>에 관한 많은 사진을 봤고, 많은 사담을 들어봤지만 나는 천 개의 사진을 눈앞에 둔 경험, 그중 5장을 고르는 경험, A4 크기의 실제 사진을 갖는 경험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스크랩>에 가기 전에 선택의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쇼룸을 실제로 관망하면 곧 기준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2. 쇼룸에서 사진을 고르면서 실제로 작동한 기준은 이랬습니다.

👉  쇼룸에서 사진을 고를 때 자신에게 가장 중요했던 기준은 이 사진이 액정 화면 속에 저장하고 싶은 이미지인지, A4 크기의 C-print로 인화된 사진으로 갖고 싶은 사진인지 구별하는 일이었다. 이 점을 가장 중요시하면서 고르기 시작했다. 사진을 어느 정도 고르다 보니 사진들을 주제별로 분류할 수 있었는데, 이런 주제 중 한 장씩을 고르겠다는 기준이 쇼룸 안에서 생겼다. 또한, 사진을 고를 때 재밌었던 점은 스마트폰의 활용이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고르고 싶은 사진들을 촬영하고, 액정 화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삭제하고, 남은 것 중 마음에 드는 것의 하트를 눌러 '즐겨찾는 사진'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즐겨찾는 사진' 폴더 안에서 골라진 5장의 사진 조합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쇼룸 안에서 실제 사진들을 앞에 뒀지만, 액정에서 사진을 고르는 이런 경험은 정말 오묘했다.

 

3. 이 사진을 왜 골랐냐면.. 💁🏻

01번 : 가장 먼저 고른 이 사진은 반짝임 때문에 골랐다. 쇼룸에서 초반에는 보는 행위의 가장 기본 요소인 반짝임, 빛을 선정기준으로 고를까 고민했었다. 반짝임을 주제로 여러 사진을 골라보기도 했는데, 그중 이 사진이 가장 좋았다. 이 사진에서 빛은 색깔별로 반짝였고 정말 예뻤다. 그리고 어떻게든 반사되어 반짝이는 빛처럼, 폴짝거리며 튀어 오를 준비를 마친 개구리들이 너무 귀여웠다. 

02번 : 이 사진과 비슷한 파란색만 인쇄된 사진들이 있었다. 파란색 사진을 볼 때 이 사진이 파란 색값만 존재하는 디지털 그래픽 이미지를 인쇄한 것인지, 어떤 파란 부분을 사진으로 촬영해 현상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진에서는 그 애매함이 풀린 점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파란색의 그래픽 값 덩어리를 뚫고 나온 손이랄까. 

03번 : 사진을 고르면서 건축 혹은 건물에 관한 사진 중 하나를 고르고 싶었다. 그 결과 고른 사진이 이것이다. 이 사진은 어찌 보면 가장 건축적이지 않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건축 현장을 찍은 사진이지만, 사진 속 얽혀있는 철골과 호스들의 모습은 마치 작은 반도체의 전자 부품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 같았다. 만약 사진 속에 사람이 없었다면 크기를 추측하기 불가능했을 이 사진이 가장 건축적인 사진이지 않을까?

04번 : 사물조각 혹은 정물이라는 주제로 이 사진을 골랐다. 파인애플을 조각적인 것으로 만든 정교한 칼 놀림(?)이 좋았고, 이런 날카로운 흔적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하고 슴슴한 배경의 대조적인 분위기도 좋았다. 예민하게 집중하며 정밀하게 자르던 순간이 끝나고, 그 뒤로 남은 사진 속의 고요함이 마치 정물화같고 좋았다. 

05번 : 카메라를 거치지 않은 사진 중 한 장으로 이 사진을 골랐다. 이 작가의 사진들은 디지털 그래픽이 우선 마음에 들었는데, 작가의 많은 사진 중 이 사진을 고르게 된 이유는 그라데이션이 픽셀로 깨진 부분과 겹쳐진 색면들의 층들이 잘 보여서였다. 

 

4. 모아놓고 보니 이렇네요 

 👉  5장의 사진은 오색찬란했고 각기 다른 주제를 갖고 있었다. 쇼룸 안에서 나는 사진들을 주제대로 구분했었고, 그 분류 중 한 장씩 스크랩해보자는 욕심이 있었는데 그 결과가 이러했다. 5장의 사진은 각각 반짝임, 디지털 그래픽과 사진 사이, 건축, 사물조각 혹은 정물, 카메라 없는 사진이라는 5개의 주제를 갖고 있었다. 모두 다른 주제의 사진은 다채로운 컬렉션을 형성했고 마치 압축된 쇼룸처럼 배열되어있었다. 

 

5. 고르지 못했으나 눈에 밟히는 사진은

👉  이번 <더 스크랩>에서 돋보였던 사진은 손주영 작가의 사진이었다. 오늘날 아주 보편적인 사진 보정 애플리케이션을 통과한 작가의 셀피들은 쇼룸에서 잊을 만하면 계속 등장해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작가의 늙어진 얼굴 사진들을 SNS의 타임라인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친구의 얼굴들 같기도 했다. 나는 이 사진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2017년답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사진은 사진으로 인화되기보다 액정 화면 속에 머무는 편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고르지 않았다.

6. 다른 멤버들의 스크랩을 살펴보니

👉  <더 스크랩>을 처음으로 경험한 멤버들은 사진을 고르면서 포착된 자신의 기준을 신기해했고, 두 번째로 방문한 멤버들은 미리 생각했던 기준을 쇼룸에서 작동시키고자 했다. 이를 보고 나는 두 번째의 경험이 될 내년의 <더 스크랩>에서 기준에 맞춰 사진을 골라보는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더 스크랩>에 가는 길에서는 자신의 선정기준을 담담하게 말하던 멤버들이 쇼룸 안에서 난처해 하던 모습이 재밌었다. 또한, 모두의 선택이 완료되고 각자의 스크랩을 공개할 때 거의 모두에게 주어졌던 "이런 사진이 있었어?"라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누군가에게는 1000 : 5 라는 경쟁률을 통과한 소중한 사진인데, 누군가에게는 본 적도 없는 혹은 본 기억을 삭제한 사진이라는 이런 경험의 차이가 <더 스크랩>의 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