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C의 스크랩 - 조은채

📍 조은채의 스크랩 - 5장

 

01번 : Aya Momose / 04 – “Scapegoat” 2016, single channel video, 11min3sec 

02번 : LBK x Hideyuki Yamano / 04 - Hideyuki Yamano BCG025_400% 

03번 : 권경환 / 10 – Ghost 06

04번 : 김은아(Grace Euna Kim) / 05 – Untitled

05번 : 유지영 / 07 – img_7 

 

1. 가기 전에 생각했던 키워드 혹은 선정기준은 이렇습니다.

👉  솔직히 별로 키워드를 생각하고 가지는 않았다. 그저 방이나 작업실에 걸어두기 좋은 사진을 골라야겠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2. 쇼룸에서 사진을 고르면서 실제로 작동한 기준은 이랬습니다.

 

👉  뜻밖에도 사진에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을 가장 먼저 거르고 시작했던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동물이 있는 사진. <더 스크랩>에 오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조차 못 했던 기준이었다. 왜 사람이나 동물이 등장하는 사진을 고르기 꺼려지는지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사진에 ‘눈’이 등장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인물 사진을 대단히 좋아하는 편인데도, <더 스크랩>에서 구매한 사진을 벽에 걸 생각을 하니 모르는 사람(혹은 동물)의 눈이 문득 불편하게 느껴졌다.

 사람이나 동물이 등장하는 사진을 우선 제외하고 나서는, 내 공간에 걸어두기에 ‘부담이 없는’ 사진을 고르려고 했던 것 같다. (막상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이 기준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3. 이 사진을 왜 골랐냐면..💁🏻 

 

01번 : 영화 스틸컷 같은 느낌이 좋아서 골랐다. <홀리 모터스> 느낌도 좀 나고. 내가 고른 다섯 장의 사진 중에서 유일하게 인물이 등장하는데, 배경이나 의상, 자세 등에서 사람 같은 느낌이 많이 소거된 점도 흥미로웠다.

02번 : 말 그대로 예쁘기도 했지만, ‘사진’보다는 ‘이미지’ 혹은 '그래픽' 같은 점이 좋아서 고른 첫 번째 작업이다. 여러 색깔이 중첩되어 쌓여 있는 것 같지만, 그 결과물에는 평면적인 느낌이 가장 강하다는 점도 좋았다.

03번 : 권경환 작가의 작업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벽에 걸 생각은 없지만 특별히 구매했다. 권경환 작가의 작업으로 추정되는 열 장 중에서 유일하게 이미지 표면에 사람 형상이 등장하지 않는 작업을 골랐다.

04번 : 순전히 마음에 들어서 고른 사진이다. 사진 어디에도 겨울이라는 정황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 계절적으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05번 : ‘사진’보다는 ‘이미지’ 혹은 '그래픽' 같은 점이 좋아서 고른 두 번째 작업이다. 방에 걸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4. 모아놓고 보니 이렇네요 

 👉  딱히 의식하고 고르지 않았는데도, 다섯 장 중에 일본 작가의 작업이 두 장이나 있어서 놀랐다. 처음 훑어봤을 때는 정말 아무런 기준도 없이 내키는 대로 골랐다고 후회했는데, 자세히 보니 나름대로 하나의 기준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모모세 아야 작가의 작업을 제외하면 이미지 표면에 사람의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 사진만 골랐다. 그리고 하나같이 ‘눈’이 등장하지 않는 이미지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겹쳐 있는' 혹은 '얹은' 이미지라는 것.

 

5. 고르지 못했으나 눈에 밟히는 사진은

👉  마음에 드는 사진을 전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뒤에 하나하나 지워가며 사진을 골랐더니, 지금 참고할 수 있을 만한 기록이 없다. 기억을 더듬어서 쓰자면 권경환 작가의 다른 작업 중에 개가 허공을 보고 짖는 장면, 그리고 개가 보고 있는 허공에 숫자들이 나열된 작업이 있었다. 권경환 작가의 작업 제목이 'Ghost'인 점에 주목하면, 사실 이 개가 등장하는 사진이 가장 핵심에 가깝다고 생각은 했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은 무언가를 본다는 속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하지만 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의 ‘눈’ 때문에 고르지는 않았다.

 

6. 다른 멤버들의 스크랩을 살펴보니

👉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보니 내 스크랩이 겉으로 보기에 제일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사진에 눈이 있고 없고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혼자)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