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시 결산 - 김이현

👩🏻‍💻2018 전시 결산📊 - ✍️김이현

1. 가장 좋았던 개인전

차슬아 <Ancient Soul++>(취미가)

돈선필 <METAL EXP : 외톨이의 움직이는 시간>(취미가)

손주영 <Across the Water>(취미가)

우선 취미가에서 열린 차슬아 작가의 <Ancient Soul++>가 재밌었다. 인벤토리 창 같은 벽면에 작가는 다양한 조각들을 채워 넣었고, 관객들에게 흔하지 않은 촉각의 경험을 제공했다. 이 단순한 경험은 관람객들의 시각에 대한 인지 과정을 혼란스럽게 했다. 눈으로 볼 때 예상되던 질료의 촉감이나 무게 등이 전혀 예상 밖이었던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다른 전시에서 조각을 마주할 때마다도 눈앞의 물질이 보이는 대로, 예상대로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계속하게 머물게 되었다.

또한. 취미가에서 열렸던 돈선필, 손주영 작가의 개인전도 좋았다. 돈선필 작가의 <METAL EXP : 외톨이의 움직이는 시간>에서 재생된 영상은 게임 속 캐릭터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게임이라는 어떤 시공간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노력과 시간이 경험치로 치환되는 것이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소파에 앉아 그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의 모습과 겹쳐져서 재밌었다. 그리고 손주영 작가의 전시 <Across the Water>에서는 전시공간을 빙 둘러 설치된 5채널 영상이 재밌었다. 하나의 영상에 집중되지 않는 설치풍경이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5개의 영상들은 각자 다른 얘기를 하면서 서로 내용을 주고받거나 어느 순간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SNS의 타임라인과 같았다.

(좌) 돈선필, <METAL EXP : 외톨이의 움직이는 시간>

(우) 차슬아, <Ancient Soul++>

한편, 회화에 대해서는 대안공간 루프의 지하 1층을 압도적으로 채워버린 이은새 작가의 개인전이 인상 깊었다. 어두침침한 공간의 전시장은 <밤의 괴물들>이라는 제목과 걸맞았고, 대형 캔버스를 채운 거친 붓질과 색들은 “제 3자로서 그저 바라보는 목격자가 아닌 그 상황에 참여하는 목격자”라는 리플릿 속 글처럼 관람자가 작업자의 눈을 가진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는 2018년의 다작왕으로 선정될 만한 정희민 작가의 1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2018년 2월 <UTC -7:00 Jun 오후 3시의 테이블>에서 정희민 작가는 금호미술관의 1층 벽면을 회화로 빼곡히 채웠다.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경유하는 정물 이미지들은 캔버스 틀의 두께를 획득했지만 부족한 빛/색으로 그려졌고, 스크린과 캔버스를 오가며 존재하는 사물은 작가에 의해 전시장에서 ‘유리된 하나의 세계’로 구현되었다. 또한 2018년 10월에 정희민 작가는 <서브스케일>(갤러리룩스), <이브>(왕산로9길 24)에 참여했는데 이 전시에서는 디지털적 효과들이 두께를 가진 표면들로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하이트컬렉션의 <올오버>에서 작가는 3차원의 입체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이는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에서 텅 빈 속을 감싸며 속성을 부여했던 표면과 전시장에서 어떤 하나를 재현하는 캔버스의 표면과 겹쳐졌다. 2018년에 열린 다수의 전시를 통해서 정희민 작가는 이미지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디지털적인 메커니즘을 그리면서 미디엄을 추가해 두께가 솟아나게 하거나, 두께 때문에 힘겹게 짜여진 캔버스 천을 드러내면서 물질적인 표면을 앞세웠다.

(좌) 정희민, <UTC -7:00 Jun 오후 3시의 테이블>

(우) 정희민, <서브스케일>

2. 기획 자체가 좋았던 전시

이미정 <더 스토리지룸>(소쇼룸)

이미정 <The Gold Terrace>(아트 딜라이트)

최하늘 <카페 콘탁트호프>(산수문화)

우한나 <Swinging>(왕산로9길 24)

2018년에 열린 개인전 중에서는 우선 이미정 작가의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열린 두 개인전이 흥미로웠다. 소쇼룸에서 열린 <더 스토리지룸>에서 입체를 이뤘거나 이룰 이미정 작가의 작품들이 모두 해체되어 수납함에 보관되었고, 한켠에는 유닛들의 조립을 상상할 수 있는 디지털 프린트가 놓였었다. 입체 작품에서 필요한 과정인 드로잉을 하고 유닛을 만들며 구현해내는 과정을 전시하면서 동시에 작품을 수납 중인 흥미로운 전시였다. 그리고 작가는 한 달 뒤에 아트딜라이트에서<The Gold Terrace> 제목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 공간은 모든 벽면이 하얀 공간이었고 그 때문에 입체 작품들이 놓인 풍경은 마치 모니터 화면 속과 같았다. 입체 작품의 전시에 대한 두 가지 방식의 차이가 재밌었다.

(좌) 이미정, <더 스토리지룸>

(우) 이미정, <The Gold Terrace>

또한, 산수문화에서 열린 최하늘의 개인전 <카페 콘탁트호프>도 흥미로웠다. 내가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토크가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작품을 관람하는 전시 공간보다 사람들이 모여 앉는 (카페적인) 다른 기능이 훨씬 부각돼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구성된 공간에서 다른 회화 작가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는 형식과 풍경이 생경하고 재밌었다.

마지막으로는 왕산로9길 24에서 열렸던 우한나 작가의 <스윙잉> 역시 좋았다. 경쾌한 스윙재즈가 크게 재생되면서 놓여진 조각들은 개별적으로, 전체적으로 어느 무엇을 스윙잉 중인 풍경이었다. 길다란 사물들은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진 채, 결국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스윙에 관한 작업과 음악이 꽤 리드미컬한 전시였다.

 

(좌) 우한나, <Swinging>

(우) 최하늘, <카페 콘탁트호프>

3. 2018년의 발견

원룸 <ONE-PIECE>

우선 원룸에서 열렸던 <ONE-PIECE>가 재밌었다. 세 명의 작가에 대해 긴 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정리한 자료집을 전시하는 것이었는데, 미술대학 때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이야기를 담는 기획이 의미있고 재밌었다. 다만, 시간이 부족해서 모두 읽지 못했기 때문에 출판물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연말에 보안여관에서 열린 아이어(EYER)의 출판물과 전시가 재밌었다. 기존의 잡지는 주로 이미 제작된 미술 작품을 재료로 삼았다면, 이 잡지에서는 작가와 필자 혹은 그림과 글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하나의 결과물을 구현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보안스테이라는 공간에 작품을 전시한 것은 일상적인 공간에 놓여진 물건들과 같은 풍경이어서 인상적이었다.

4. 올해 인상깊었던 토크 / 전시연계 행사 / 프로젝트

방혜진 <2018 여름특강 - 신체와 매체>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2018 여름특강 - 인문학 썸머 스쿨> 중에서 방혜진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신체와 매체 - 순혈주의와 문란한 계보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방혜진 선생님의 워크숍은 매체로서의 논의나 구분이 모호해진 오늘날의 미술이 조우하는 인접 장르들인 춤, 무용,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늘 흥미로웠으나 잘 모르겠는 장르/매체에 관한 내용이어서 재밌었다. 특히, 행위나 춤 이전/이후에 발생하는 글쓰기인 안무에 관한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5. 올해의 물음표

이 항목에 대해서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다른 분들이 세실극장의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를 꼽았던 것에 공감한다. 영상 작품과 전시에 대해서 고민이 더해지는 전시였다.

6. 놓쳐서 아쉬웠던 전시

2019년 9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렸던 정수진 작가의 개인전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도상적 정물이 가득한 정수진 작가의 회화를 좋아하는데 전시를 자주 하지 않는 작가의 오랜만의 개인전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늘 그렇듯... 넉넉한 전시 기간이라 방문일정을 나중으로 미루다가 못 가게 되었고 정말 아쉬웠다.

그리고 원룸에서 열린 김효재 작가의 전시를 핸드폰이 고장난 채로 방문하게 되어 아쉬웠다. 해당 와이파이로만 접근 가능한 웹사이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웹사이트를 볼 수 없었으므로 전시를 봤다고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7. 2018년의 OOO

2018년의 대형 전시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전

2018년의 작곡 : 정은조 <엄마와 신비동물>(탈영역우정국)

2018년의 게임기 : 김한샘 <Forbidden Alchemy> (공간형)

2018년의 안개 : 뚜오마스 알렉산더 라이띠넨 <Cryptospores> (아마도 예술공간)

2018년의 BGM : 최경주 이동열 (아티스트 프루프) <아일랜드>(팩토리 투)

2018년의 2인전 : 스기모토 켄스케 x 정유진 <애프터 10.12> (시청각)

2018년의 창고 : 박소현, 이은지 <짐과 요동> (중간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