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시 결산 - 이상엽

👩🏻‍💻2018 전시 결산📊 - ✍️이상엽

1. 가장 좋았던 개인전

유지영 <SPILLED WATER>(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윤향로 <Surflatpictor>(P21)

이은새 <밤의 괴물들>(대안공간 루프)

전현선 <나란히 걷는 낮과 밤>(대안공간 루프)

최하늘 <카페 콘탁트호프>(산수문화)

먼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렸던 회화를 다룬 두 작가의 개인전 전현선의 <나란히 걷는 낮과 밤>과 이은새의 <밤의 괴물들>. 두 작가의 대형 회화 작업들이 벽면에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하게 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서 루프 지하 공간이 회화를 보여주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은새의 작업은 이전부터 지켜보며 좋아했지만, 루프에서는 전과 달리 150호 크기의 큰 그림들이 주를 이뤘는데 이전과 소재, 기법은 동일하지만 규모가 달라졌을 때 주는 새로움이 확실히 있었다. 전현선은 올해 루프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회화 표면 내에서 형태, 구조 실험을 재밌게 이어나가고 있었다. 전시된 작업들 모두 일관되게 완성도와 밀도, 색감까지도 무척 좋았다. 한편 유지영의 작업은 실물보다 웹사이트 이미지로 먼저 접한 경우였다. 웹사이트(https://jiyoungyoo.com)에 작업 디테일까지 고화질 이미지들로 잘 꾸려져 있어 이전 작업들을 찬찬히 훑어 보기 좋은 구조였는데, 실물로 보고싶었던 작업 ‘Template of Hope’를 전시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주와 부, 중심과 주변의 관계에 물음표를 던지는 작업들을 재미있게 전개해 나가고 있었다. 윤향로는 전시 <Surflatpictor>에서 P21의 분리된 두 전시공간을 사용하며 신작을 선보였는데, 분리된 두 공간에서 각각 배치한 작업들과 공간에 따른 설치와 구성이 너무 탁월했고 전시와 함께 발간된 카탈로그까지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산수문화에서 열렸던 최하늘의 <카페 콘탁트호프>는 이전에 전개한 작업들에서 보여준 조각의 물성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작가-작업-전시-관객을 둘러싼 질문들을 다양한 곁가지로 확장시켜 나간 흥미로운 전시였다. 작가가 이전에 선보인 ‘입체병풍’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조각이자 장식이자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이 되면서 새로운 맥락을 생성해냈다.

이은새, '크게 웃는 여자들', oil on canvas, 181.8x227.3cm, 2018

2. 기획 자체가 좋았던 전시

송민정 <COLD MOOD (1000% soft point)>(취미가)

차슬아 <Ancient Soul++> (취미가)

최하늘 <카페 콘탁트호프> & 문주혜 <셔플 더 덱>(산수문화)

<더블 네거티브: 화이트 큐브에서 넷플릭스까지>(아르코미술관)

최하늘의 <카페 콘탁트호프>, 그리고 그가 이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18’의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선보인 작업은 이전 작업에서 조금씩 달라진 지점들이 감지되는 전시였다. 조각에 대한 작가가 가진 고민의 연장에서, 조각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만지고 앉아 볼 수 있는 조각을 구현한 것, 본인의 1인 조각 컴퍼니 명칭으로 ‘CHN Sculpture House’라는 회사 명칭을 붙이고 일종의 롤 플레잉을 했던 것. 그리고 <카페 콘탁트호프>는 전시 기간 동안 문주혜의 개인전 <셔플 더 덱>을 함께 열며 문주혜와의 공동 전시이자 각각의 개인전이 되도록 만들면서, 전시를 사유하고 전시장을 점유하는 방식이 주는 재미를 잘 이용했다. 근래 작가의 이름이 아닌 가상 회사의 이름을 내세워 선보이는 작업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최하늘이 회사의 이름을 사용해 작업하는 방식은 송민정이 ‘시리어스 헝거(Serious Hunger)’로 작업을 전개해나가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송민정이 운영하는 가상의 디저트 브랜드인 ‘시리어스 헝거’는 이번 개인전 <COLD MOOD (1000% soft point)>에서 디저트 제작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전시는 실제로 음료와 스프레이를 제작해 팔기도 했고, 전시를 경험하는 방식에 있어 최근 SNS에 올라오는 사진의 경험 안으로 포섭되지 않는 직접 전시장에 왔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장치들을 전시장에 배치했다. (관람객 한 사람만이 받아들고 볼 수 있는 태블릿, 전시 관람 웨이팅, 향기나는 전시, 맛볼 수 있는 전시 등...) 한편 차슬아의 <Ancient Soul++>는 게임 아이템을 넣어둔 상태창을 조각으로 구현하며, 최하늘의 경우와 유사하게 전시장에서 조각을 만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게임 아이템인 칼, 음식, 보석 등은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만지고 들었을 때 조금씩 다른 경험/감각을 생성시킨다. 눈으로 봤을 때 아주 무거워 보이는 조각은 실제로 들었을 때 아주 가볍기도 하며 기대와 다른 감각을 작동시켰다. 이단지 큐레이터 기획의 <더블 네거티브>는 예술의 경험이 이루어지는 장소인 전시 공간과 화이트 큐브를 재고찰한다. 전시장에서 영상작업을 상영할 때 따르는 물리적 조건으로 가벽으로 가리워진 어두운 방의 구현이 아닌, 일정 시간을 두고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면 조명을 설치한 점과 전시 공간으로 동일한 위격에서 만든 제 3의 장소인 웹사이트는 전시 관습과 전시 환경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좋은 기획이었다.

3. 2018년의 발견

유지영

강수민/김소정/정하슬린&홍자영(한예종 2018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우리는 미래를 계속해서 사용했다>)

에이독스Adocs

유지영 작가는 앞서도 말했듯 작업에서 주와 부의 관계와 위상을 두고 흥미롭게 작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아직 하나의 전시밖에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펼칠 작업들이 기대된다. 그리고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 전시에서 알게 된 네 명의 작가 강수민, 김소정, 정하슬린&홍자영. 강수민은 ‘이미지의 표면에서 탈락되는 물질성에 관심’을 가지며 회화와 조각을 함께 다루며 작업을 전개해 나가는데, 신체의 살갗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구현이 작업에서 설득력있고 조화롭게 보였다. 김소정은 조각으로 풍경을 다루고, 조각이 구현하는 새로운 풍경에 주목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공간을 꾸리고 조각을 배치하는 방식이 흥미로웠고 요리조리 걸음을 이동해 볼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환경들이 재밌었다. 정하슬린과 홍자영은 ‘Tooltul’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작업하며, ‘방’에 대한 경험을 회화와 설치로 구현했다. 그중에서도 임시 가벽을 세우고 틈 사이로 살짝 볼 수 있게 알록달록 구현한 설치작업은 너무 귀여웠고 자꾸만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에이독스’는 출판사 우르슬라프레스에서 제작한 E-book 유통 브랜드인데, 국내외 예술가들의 개인 출판물들을 웹상에 축적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라고 한다.(https://adocs.co) 텀블벅 후원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도서관이나 국공립 미술관 아카이브에서도 찾기 힘든 작가들의 출판물을 찾고 보고, 저장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

  유지영, 'Template of Hope', Oil on canvas, enamel paint on wood, Dimensions Variable, 2018

Adocs 홈페이지 스크린샷

4. 인상깊었던 토크 / 전시연계 행사 / 프로젝트

방혜진의 “전시조사”(<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전시 연계 강연)

방혜진의 <비평 전야> 세미나 중 “영상비평은 왜 실패하는가”(패널: 곽영빈, 유운성)

2018년 흥미로웠던 강연/토크는 방혜진 평론가가 주축이 된 두 프로그램인 “전시조사”와 “영상비평은 왜 실패하는가”였다.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24시간 스크리닝을 중단하고 이뤄진 강연이었던 “전시조사”에서 방혜진은 24시간 스크리닝을 중단하며 이뤄지는 강연이라는 의아함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방혜진은 전시를 둘러싼 다종다양한 형식을 말하며 전시 바깥의 전시, 전시 이전의 전시, 전시로부터 추출된 전시 등을 언급하며 전시의 가능성과 전시가 도대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했다. 그리고 창동레지던시 세미나로 방혜진이 기획하고 곽영빈, 유운성 평론가가 참여한 “영상비평은 왜 실패하는가”는 예정된 시간을 넘어서 4시간 가량 진행됐는데, 난해한 작업에 대해 뭉뚱그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이해 안되는 지점부터 솔직하게 고백하는 말하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한 토크였다. 모르는/모르겠는 것을 아는 척 하지 않기, 단언하지 않기 또 침묵하지 않기!

 '비평 전야 批評 前夜/全野' 포스터

5. 2018년의 물음표 (의아했거나, 궁금증이 남거나, 뭔지 모르겠거나)

송민정 <Caroline, Drift train>(일민미술관)

Sasa[44] <엉망>(일민미술관)

<헬로 아티스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가공할 헛소리>(네이버파트너스퀘어 광주)

먼저 전시의 제목에서부터 미리 암시하고 있는 '물음표'로 사사 작가의 <엉망>과 <가공할 헛소리>.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던 사사 작가의 개인전 <엉망>은 전시 오픈 전 미술관 건물 전체에 큼지막하게 걸린 ‘엉망’ 두 글자에서부터 이슈가 됐는데, 전시와 제목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었다. 너무 정교한 엉망이라 물음표로 남는 전시. <가공할 헛소리>는 동시대미술의 난해하면서도 그럴싸한 작업들의 집합처럼 보였는데, 이 전시도 제목과 전시가 너무 잘 어우러졌던 전시장 여기저기 헛소리로 가득했던. 퍼폼2018에서 선보인 송민정의 <Caroline, Drift train>는 작가가 이전 작업들에서 시각적으로 풍성히 만족시켰던 관객이 가졌던 기대에서부터 벗어난 공연이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을 구현하고 폭설로 인해 지연되는 상황을 제시한 이 공연은 자꾸만 지연되는 상황과 계속되는 기다림, 그 가운데서 끝내 스펙타클 없이 허무하게 끝나며 “이게 다야?” 하고 이후 뭔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어 공간을 떠나기가 주저하게 되었던 공연.

(좌) Sasa[44] <엉망> 전시 포스터

(우) <가공할 헛소리> 전시 포스터

6. 놓쳐서 아쉬웠던 전시

<장르 알레고리 - 조각적>(토탈미술관)

<세 번 접었다 펼친 모양>(브레가 아티스트 스페이스)

<장르 알레고리 -조각적>과 <세 번 접었다 펼친 모양>은 각각 김장언과 고고다다 큐레토리얼 콜렉티브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전시이다. 전자의 전시에서는 '조각적'인 것을, 후자의 전시에서 '면'에 대한 사유에서부터 회화와 조각 두 장르 사이의 관계를 다루었는데, 미술에서의 '경계'와 '장르'에 초점을 둔 두 기획전이 매우 흥미로워 보였는데 놓쳐 버렸다...🙍🏽

7. 2018년의 거울

김동희 '볼륨: 타입 1, 2' <포인트 카운터 포인트>(아트선재센터)

윤향로 <Surflatpictor>(P21)

마이크 넬슨 ‘거울의 울림’ <2018 광주비엔날레>(국군광주병원)

('2018년의 거울'에 대한 설명은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순서대로) 2018년 4월 5일, 아트선재센터 김동희 '볼륨: 타입 1, 2'의 거울 앞에서

 2018년 5월 20일, 윤향로 <Surflatpictor> 전시장 앞에서

2018년 10월 7일, 마이크 넬슨 '거울의 울림'의 거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