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특집 06 - 떠도는 전시공간, 나오나카무라 대표 나카무라 나오 / TATARABA, 타타라 타라 인터뷰



인터뷰: 떠도는 전시공간, 나오나카무라 대표, 나카무라 나오 / TATARABA 운영자, 타타라 타라 인터뷰

(인터뷰: 콘노 유키 Yuki Konno)


젊은 작가와 기획자에게 전시공간은 어떠한 ‘위치’를 차지할까? 작품을 발표하고, 평가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말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현실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어디서 어떻게 진행하고, 전시에 어느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하는지 등등, 기획할 때 현실적인 장벽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부분을 짚어보면, 물리적인 ‘위치’를 차지할 필요 없이 발표하고 전시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 작품을 공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운영 방식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이를테면 ‘빌려 쓰는’ 방법이다.


[1. 천재 하이스쿨!!!!]


콘노: 나오나카무라는 왜 ‘노마드’처럼 운영하나요? 프로젝트 형식일지도 모르겠지만, 갤러리와 소속작가 관계처럼 묶여 있지 않아서 매우 신기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리고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습니까?


나카무라: 미학교[각주:1]라는 학교를 원래 다녔었고, 처음에는 드로잉 반에 있었습니다. 2년째부터 ‘천재 하이스쿨!!!!’[각주:2]이라는 현대미술 수업이 시작됐는데, 그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이 소속하시는 갤러리에서 저는 인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강하기 전부터 선생님과 이미 아는 사이였습니다.


그때 이번에 미학교에서 수업을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계기로 수업 보조를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술가 지망생이었지만, 저는 처음부터 큐레이션과 디렉터(기획자), 아니면 서포트 해주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학생들 수료전 때 저한테 디렉터 역할을 맡아 주셨습니다.


전시공간을 찾을 때, 선생님이 일반적인 화이트큐브 혹은 갤러리를 소개해 주시지 않고, 도쿄 고엔지에 있던 정말 잡다한 세 공간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공간은 각각 술집, 셀렉트샵 같은 공간,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메인으로 활동한 ‘비전문가의 난 12호점(素人の乱12号店, Shirouto-no-Ran 12 Go-Ten)’[각주:3]입니다. 비전문가의 난 12호점은 ‘천재 하이스쿨!!!!’ 기획을 계기로, 그 공간을 관리하시는 분한테 앞으로 계속 전시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기획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동해 왔습니다. 무상으로 공간을 빌려주셨고 처음 기획할 때 화이트큐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해보니까 더 재미있었습니다. 반대로 보면, 처음 기획을 맡은 장소가 잡다한 공간이었고, 화이트큐브에서 그때까지 전시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이트큐브가 특별히 싫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카무라씨가 기획을 맡아 비전문가의 난 12호점에서 열린 ‘천재 하이스쿨!!!!’ 마지막 전시, <Genbutsu* Over Dose> (Photo Kenji Morita) *genbutsu = 실물



공간을 갖지 않는 이유는 여러 장소와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해보고 싶고요. 그외에 경제적인 이유도 있는데, 공간이 있으면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비용도 들고. 그렇다고 해도 공간이 있으면 좋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왜냐하면 공간을 갖고 있으면 아트페어에 참여할 수 있고, 없으면 못 나가니까요. 그 부분만 지금 단계에서 단점인 것 같습니다. 전속작가가 없는 이유도 셀프 프로듀싱을 잘하는 작가가 있고, 저 또한 여러 전시를 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전속되면 다른 공간에서 전시를 못 하거나 수익 등 때문에 생각보다 규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다가 전속작가 전시를 하는 경우도 있고, 나오나카무라에서 전시를 해본 경험을 통해 갤러리 전속 작가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콘노: 서울은 폐허에서 전시도 하고 2010년대 쯤부터 젊은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빌딩의 한 공간, 전혀 화이트큐브가 아닌 곳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그 흐름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카무라: 일본과 매우 비슷하네요. 저도 폐허, 아니 이제 곧 부수겠다는 공간에서 전시를 해본 적도 있습니다. 한편, 부수기 전의 폐허에서 전시를 해 본 그룹도 있고, 의외로 폐허에서 하는 전시는 일본도 많습니다. 최근 4-5년 동안의 일이라, 아마 서울과 같은 시기일 겁니다. 렌털 갤러리에서 본인이 비싼 돈을 내고 보여주는 방법도 있겠지만, 돈도 없고. 그래서 폐허 아니면 저처럼 공간을 빌려 써서 전시도 했습니다. 작가들은 사람들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이 사람이 저번에 그 공간을 썼었으니 한 번 물어보자”는 식으로 대여받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생각보다 스스로 무언가 해보자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콜렉티브 형식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도 많아졌다고 하네요.


[2. 공간과 기획]


콘노: 전시 공간은 어떻게 찾으세요?


나카무라: 이번 전시공간 ‘TATARABA’[각주:4]를 운영하는 타타라 씨는 미학교 수업 학생이었고, 거기서 알게 된 친구입니다.[각주:5] 예전에 후쿠시마에서 전시를 열었을 때[각주:6]는 제가 직접 찾지 않고, 전시 참여 작가가 그 공간을 이전에 누구한테 빌려준 적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직접 이야기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긴자에 있는 렌털 갤러리에서 주당 몇 백만원 내고 공간을 빌릴 수도 있지만... (웃음). 이전에 상업 갤러리에서 전시를 해본 적도 있는데, 그때는 갤러리 운영자 분이 ‘천재 하이스쿨!!!!’에 전시 요청을 해주셨습니다. 앞서 이야기가 나온 고엔지의 ‘비전문가의 난 12호점’은 그 수업 수료전에서 공간을 빌려받은 연속선 상에서 최근 얼마 전까지 계속 쓰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는 거기가 메인이었습니다.


콘노: 지금까지 해오신 기획을 보아도 기간이 짧아 덜 만족스럽지 않았나요?


나카무라: 그렇네요. 이번 전시는 10일 동안 열리는데 다른 경우보다 긴 편입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전시가 3일, 최단이었습니다 (웃음). 결국에는 그 공간이 멀면 타이밍만 놓쳐도 못 봅니다. 전시 보러 오시는 분들은 트위터나 SNS, 혹은 다이렉트메일을 미술관 관련 공간에 맡겨 거기서 정보를 보고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정보 전달은 트위터, 그리고 홈페이지인데, 그 외에 CINRA. NET[각주:7]처럼 정보 공유 사이트와 미술수첩[각주:8] 웹사이트를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전시마다 스테이트먼트와 DM 이미지가 같이 소개된다. (naonakamura.blogspot)


콘노: 전시는 하루에 몇 명 정도 보러 오세요?


나카무라: 작가와 전시가 열리는 공간에 따라 다르지만, 전시가 5일 정도라 치면 평균적으로 총 120명에서 200명 와주십니다. 의도적으로 그 주변에서 다른 전시가 오픈하는 타이밍에 맞추어서 같은 시기에 해 본 적도 있습니다. 오픈 시간도 매번 다른데, 대체로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오픈하면 일 끝나고 보러 오기 좋을 것 같아, 밤 10시까지 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콘노: 공간을 빌릴 때, 가장 적당한 크기는 어느 정도입니까? 서울도 이 공간만큼 되는 크기에서 개인전이 열립니다. 빌딩 5층이나 2층,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건물 한 공간에서 전시를 열기도 합니다.


나카무라: 큰 작품은 반입하는 데 힘들겠네요 (웃음). 저는 공간 크기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전시를 기획한 비전문가의 난 12호점은 여기(TATARABA)와 비슷한 크기였고 벽이 콘크리트였습니다. 다만 전시할 작가가 하고 싶은 일이 좀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추가적으로 리서치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전시 공간 의 크기만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가까운 거리에 테라다 창고[각주:9]라는 큰 창고가 있는데, 거기 일 층 되는 공간에 여러 상업 갤러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작가하는 같은 세대 친구가 아파트 방 하나를 갤러리 겸 작업실로서 오픈했지만, 결과적으로 옆 건물 주인 불평 때문에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른 장소를 찾아야만 했었답니다.


타타라: 여기 TATARABA는 작년 10월에 오픈했고,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미용실이었습니다.


나카무라: 여기도 그렇게 깨끗하지 않아서 저희가 벽과 바닥을 하얀 페인트로 칠하고, 벽을 세우고 내부 설비를 했습니다.



아이소 모모카 <내가 행한 폭력>(2018), TATARABA 「나오나카무라」


콘노: 같은 세대 분들도 이런 공간을 찾아서 플랫폼 형식처럼 전시를 기획하세요?


타타라: 화이트큐브 중에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정말 없어서 상당수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나카무라: ‘천재 하이스쿨!!!!’ 선생님이 화이트 큐브보다 폐허, 아니면 스스로 장소를 만들어 전시를 여는 경우가 많아서 그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3. 아이소 모모카와 굿즈]


콘노: 최근 서울에서 젊은 작가 작품과 굿즈가 함께 어울리면서 쇼윈도 안에 진열되는 기획전 <취미관>이 취미가에서 열렸습니다. 예술가들은 적은 액수로 공간을 빌릴 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상업적인 방법으로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나카무라: 이런 식으로요? (파일을 손에 든다). 아이소 작가 경우는 홈 페이지에 공짜로 올려 홍보도 하고 무료로 판매거래 가능한 사이트 ‘SUZURI’를 통해, 본인이 만든 트레이너 등 여러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습니다.[각주:10] 의외로 제 주변에는 그림보다 영상작가가 많은데 그 사람들은 작품을 파는 방법 외에 다른 수단이 거의 없어서, 굿즈로 판매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이번 굿즈도 예전에 아이소 작가가 만든 것인데, 그 작가는 판매를 그래도 하는 편입니다. 다만 콘노씨가 말씀하신, 만다라케[각주:11]처럼 작품 굿즈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은 아직 일본에 없는 것 같습니다.


콘노: SNS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불문하고 전시와 굿즈 정보, 그리고 홍보를 보다 손쉽게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기획이 그런 매체의 도움을 받는 한편, 나오나카무라 기획에서는 지금까지 인터넷 아트보다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나카무라: 이번 전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인터넷  작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 아이소 작가 작업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전 작품은 인간의 형태이지만 목이 과하게 늘어나 있거나, 손이 비틀어져 있거나 어떤 부위가 변형되어 그려졌습니다. 3년 전에 전시를 열었을 때, 작품은 보다 복잡한 형태로 나왔었습니다.[각주:12] 이번 작품은 비교적 그런 요소가 보이지 않고, 또 남성을 모티프로 해서 그린 것도 흔하지 않습니다. 올해 6월에도 아이소 작가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각주:13].



왼쪽: 이번 전시에서 판매된 파일 (700엔)

위: 아이소 모모카 <내가 행한 폭력> (TATARABA「나오나카무라」)

아래:  nao to cumtin[각주:14] <Noop> (KATA「나오나카무라」)[각주:15]

오른쪽: 인터뷰어 방문시, 세키 유카 개인전은 제목이 미정이었고, 공간도 TATARABA로 소개되었었다.


[4. 비평]


콘노: 작가와 기획자들도 그렇지만, 한국은 젊은 비평가들이 본인들의 플랫폼을 만들려고 모색 중입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온라인이 있는데, 와우산 타이핑 클럽도 웹 페이지를 통해 글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미술비평에 그런 동향이 있습니까? 예를 들어 작은 공간에서 하는 전시 위주로 비평을 하거나, 젊은 작가 전시 서문을 맡아서 쓰는 젊은 필자들이 있습니까?


나카무라: 젊은 세대 비평가 중에 하라다 유키[각주:16]씨는 활발하게 활동하십니다. 미술수첩에 평론이 올라오는 것은 물론, 국내외 예술가에게 인터뷰도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 중에 후쿠주미 렌[각주:17]씨가 있는데, 이 분은 젊은 작가 작업을 적극적으로 다룹니다. 후쿠주미 씨의 경우는 ‘천재 하이스쿨!!!!’도 자주 보러 와주시고, ‘artscape’ 사이트[각주:18]에 리뷰 페이지에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페이지를 보시면, 글을 쓰는 멤버들이 후쿠주미 씨 외에 여러 명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술수첩 이번 4-5월호 주제가 아트 콜렉티브 특집입니다.[각주:19] 한 번 그것도 참조해 보세요.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콜렉티브 집단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넓은 범위로 생각하면 겐론(Genron)에서 하는 ‘비평재생학원’[각주:20]이 있습니다.


[5. 노마드 갤러리]


콘노: 나오나카무라의 전시와 기획 방법 자체에 주목되는 경우가 있습니까? Tokyo Art Beat 인터뷰 내용에 노마드 갤러리라 소개가 된 부분[각주:21]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큐레이터로서 전시에 개입하며 프로젝트가 아닌, 개인전으로 각 전시를 보여주는 점에서 ‘나오나카무라’라는 갤러리 체제라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속 작가와 장소를 가지지 않는 점에서 일반적인 갤러리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나카무라: 나오나카무라는 빌려 쓰는 공간 이름 뒤에 「나오나카무라」라 표기하여 전시합니다. 예를 들어 비전문가의 난 12호점「나오나카무라」, 또는 TATARABA「나오나카무라」 이런 식으로 표기합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한다는 사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월 1회의 빠른 차례로 전시를 열었지만, 최근에는 2-3달에 한 번 정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작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완벽하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습니다. 그 작가가 하고 싶은 일 메인으로 진행합니다. 물론 조금은 말로 뭐라 하지만, 전적으로 큐레이션처럼 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그룹전도 하는데, 지금은 개인전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전시마다 스테이트먼트와 플레스 릴리스는 당연히 제가 하고… 그 차이는 제가 의식하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질문을 받고 다시 생각해본 부분이네요.


아무래도 첫 출발에서 “나오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해보라”는 식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는 큐레이터 밑에서 배워본 적이 없고, 갤러리 운영자 밑에서 배운 내용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이익을 별로 추구하지 않아서 그럴 수 있습니다. 전적인 상업 갤러리도 아니고, 일본 역시나 제도와 보조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 적자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일도 하면서 이렇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품만 가지고 겨우 먹고 사는 작가도 주변에 몇 명 있지만, 작가들 대부분도 다른 직업을 갖고 작업합니다. 아니면 전시 때 DP를 도와주거나 장학금과 후원 받고 작가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인 스스로 해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선배 예술가와 친한 작가들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같이 술 마시러 가서 큐레이터와 아는 사이가 돼서 소개되어 초대받으려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6. 향후 계획]


콘노: 향후 계획은 있습니까?


나카무라: 자주 받는 질문인데 지금까지 해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내년 초까지 전시를 지금 구상하고 있습니다. 많이 소개되지 못한 사람들을 앞으로도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제 취향으로 몇 명 작가들한테 전시 관련해서 제안을 드린 상태입니다. 아트 페어에 나갈 수 없긴 하지만, 특별히 아트 페어에 꼭 나가고 싶은 마음도 아니어서 공간을 갖는 생각은 반반입니다. 만약 공간을 갖는다 하더라도 오피스처럼 운영하려고요. 아트 페어에 나갈 때 오피스 명목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공간을 소유한 뒤에 거기서만 매번 전시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때마다 여러 공간에서 해보고 싶습니다. 도쿄에 살기 때문에 여기가 활동 중심지이지만, 좋은 장소와 환경이 있으면 전혀 다른 공간에서도 해보고 싶습니다.


4월 9일부터 열리는 세키 유카[각주:22] 개인전 전시장 ‘rusu[각주:23]는 사실 제 남편이자 작가인 이시이 요헤이[각주:24] 할머니 집입니다. 할머니가 양로원에 입주하신 것을 계기로 아무도 살지 않는 단층집을 싹 정리하여, 전시와 촬영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이벤트 공간으로서 새로 출발했습니다.




작가 중에는 예전에 나오나카무라에서 전시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지금 해외에서 전시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서울 작가 중에 일본에서 전시를 하는 사람은 있습니까?


콘노: 비교하기에 좀 그렇지만, 한국 사람은 해외지향성이 꽤 높은 편이라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취직이나 정치적 문제를 겪어서 그런지, 능력 향상을 생각하여 해외에 유학을 가거나 거기서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나카무라: 제가 아는 예술 관련 사람들고 취직을 안 한 사람이 많아서 융통성이 있는 알바나 전시회 보조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또 미대를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전시한 작가들도 미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학교도 사립 학원 느낌이라 오히려 미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미학교는 대학 입시에서 몇 번 떨어진 사람도 오고, 미대를 같이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학교는 선생님이 예술가인 경우도 있고, 대학교를 다니지 않은 분도 있고 예대 교수님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대와 미학교 둘 다 강사하러 오는 선생님이 말하기에, 예대는 커리큘럼이 있고 정해진 내용밖에 가르쳐줄 수 없는데, 미학교는 전혀 다른 내용도 자유롭게 가르쳐줄 수 있답니다. (미학교는) 담당하는 선생님이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꾸준히 미술작품으로 끌고 가는 느낌입니다.


[7. 전시공간 추천]


콘노: 그 외에 추천해주시는 전시공간이 있으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나카무라: 실은 제 선생님은 침↑폼[각주:25]이라는 그룹이고, 그 선생님들이 활동한 예술가 운영 공간이 고엔지에 있습니다[각주:26]. 거기도 화이트큐브는 아니고 증축을 반복하는 반-불법적인 복잡하게 얽힌 폐허입니다. 현재는 그 공간 안으로 보통 24시간 누구나 통행가능한 길이 개통되고 작업장이 되었지만, 가끔씩 침↑폼 전시 아니면 침↑폼이 큐레이션을 맡은 작가 전시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 근처에 비전문가의 난 12호점이 있어서 그곳과, 맨홀 열리는 통행가능한 길과 그 건물 옆에 있던 술집에서 미학교 수업 수료전 ‘천재 하이스쿨’ 전시를 열었습니다.


전시공간 중에는 갤러리 916[각주:27]와 와타리움 미술관[각주:28], 가나자와21세기 미술관[각주:29]을 좋아합니다. 저는 미술관과 갤러리의 공간성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 거기서 열리는 전시에 소개되는 작가과 작품이 좋아서 방문하는 일이 많은데, 나오나카무라 초기부터 매번 빠짐없이 와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서 ‘여기(나오나카무라)서 하는 전시는 재미있고 놓칠 수 없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 나카무라 나오(Nao Nakamura, 中村奈央) : 1990년생. 고등학교 졸업 후 미학교에 입학. 전시 기획과 보조, 사진 모델을 하면서 2011년에 디렉션을 맡은 천재 하이스쿨!!!! 제1회 전시 <커밍아웃!!!!!!!!>을 계기로 해서 특정 장소를 갖지 않는 노마드 갤러리 ‘나오나카무라’ 디렉터 활동을 시작.




👉 나오나카무라


주소: 전시마다 공간이 다름

오픈시간: 전시마다 시간이 다름

naonakamura.blogspot.com

twitter @nakamuranao



  1. 미학교(Bigakko, 美学校): 도쿄 (치요다)에 있는 학교. 학교법인이 아니라 회사법인 조직이며 오히려 전문학교에 가깝다. 회화, 사진, 미디어 표현을 비롯한 미술 관련 커리큘럼 뿐만 아니라, 작곡과 연구실 코스도 있다.(bigakko.jp) [본문으로]
  2. 천재 하이스쿨!!!!(天才ハイスクール!!!!): 뒤에 언급할 침↑폼의 리더, 우시로 류타에 의해 2010년부터 미학교에서 진행된 수업 (2014년에 종료). 3가지 키워드 (공부: 우선 ‘예술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를 놀이와 만남을 통해 배우고 룰을 몸소 경험하고, 발견: 당신의 어떤 재미있는 특성을 발견하고, 그리고 제작: 그것을 재능이라 스스로 깨달은 토대 위에 당신의 작품을 만들어나가기)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된다 (미학교 강좌소개에서 인용). 이 수업의 학생들은 수료전으로 ‘천재 하이스쿨!!!!’ 전시를 한다. (tensai-h-s.jugem.jp) [본문으로]
  3. 비전문가의 난 12호점(Shirouto-no-Ran 12 Go-Ten, 素人の乱12号店): 도쿄 스기나미에 있는 공간. “12호점이란 간단히 말해 종합잡화점이다.” (홈페이지에서 인용) 위치는 후데노빌딩 2층 안쪽에 있는 방. (12gouten.shirouto.org) [본문으로]
  4. TATARABA: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전시공간. 운영자는 뒤에 언급될 타타라 타라. [본문으로]
  5. 타타라 타라 (Tara Tatara, タタラ・タラ) : 예술가이자 전시공간 ‘TATARABA’ 운영자. 2015년에 비전문가의 난 12호점「나오나카무라」에서 개인전 <고뇌하는 내뇌 파라다이스>가 열렸다. 올해 5월에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tataratara.wixsite.com/tatara/portfolio) [본문으로]
  6. 2015년 후쿠시마 현 이와키 시에 있는 와타나베 시계 가게 3층에서 도쿠야마 본타로(Bontato Dokuyama, 毒山凡太朗)+큔-초메(Kyun-Chome, キュンチョメ)의 전시 <오늘도 들리네>가 열렸다. 도쿄를 기점으로 활동해온 죠반 지방 출신의 두 작가가, ‘이땅의 하늘과 광기와 거짓말’을 주제로 도쿠야마의 고향 후쿠시마에서 처음 했던 전시. (‘나오나카무라’ 프레스 리리스에서, 큔-초메: kyunchome.main.jp, 도쿠야마 본타로: dokuyama.jp 전시 관련해서: kyunchome.main.jp/iwaki-archive-s.pdf ) 참고로 큔-초메의 작품 <거짓말을 만드는 이야기>(2015)가 '제2회 아시아 필름앤비디오 포럼'(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7)에서 상영된 바 있다. (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Exh.do?exhId=201708170000616) [본문으로]
  7. CINRA.NET: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과 영화 등 예술 전반을 소개하는 일본의 사이트. (cinra.net) [본문으로]
  8. 미술수첩: 미술을 주제로 한 일본의 월간 잡지. 올해 4-5월호부터 격월로 출판된다. 온라인에서 정보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bijutsutecho.com) [본문으로]
  9. 테라다 창고(寺田倉庫): 여기서 가리키는 것은 TERRADA Art Complex. 위에서 언급한 TATARABA에서 약 3분 거리에 위치한다. 3층에 전시공간 ‘코다마 화랑 | 텐노즈’ (kodamagallery.com), ‘URANO’ (urano.tokyo), ‘야마모토 현대’ (yamamotogendai.org), ‘Yuka Tsuruno Gallery’ (yukatsuruno.com), 5층 SCAI PARK (scaithebathhouse.com/park/en), KOSAKU KANECHIKA (kosakukanechika.com) 등 여러 공간이 있다. [본문으로]
  10. 이미지를 업로드만 하면 오리지널 아이템을 제작, 판매가능한 서비스. 아이소 작가 굿즈는 suzuri.jp/aisomomoka에서 볼 수 있다. [본문으로]
  11. 만다라케(Mandarake, まんだらけ): 일본 도쿄에 있는 만화 전문 헌책방. 작년 취미가에서 열린 <취미관>은 기획 단계부터 만다라케를 구상하고 있었다. 취미가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나 더 꺼내자면, 지난 2월에 취미가에서 개인전을 연 돈선필 작가가 자주 보는 웹사이트 중에 만다라케도 포함된다. (아트인컬처 3월호) [본문으로]
  12. 2014년에 비전문가의 난 12호점「나오나카무라」에서 <모모카♡3> 개인전을 열었다. 그때 당시는 한자 표기(相磯桃花)가 아니라 한 글자 빼고 히라가나 이름(あいそ桃か)으로 활동. 올해 6월에 rusu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aisomomoka.tumblr.com) [본문으로]
  13. 올해 6월에 열리는 아이소의 전시는 ‘캐릭터로부터의 해방’을 주제로 개인전 <해방의 얼러트(가제)>가 예정되어 있다. TATARABA「나오나카무라」의 이번 전시 <내가 행한 폭력>이 무기질적인 화이트큐브, 다음 전시에서 생활감 감도는 오래 된 민가(rusu)에서 양극단에 있는 공간에서 각각 공간성을 살린 미발표 신작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내가 행한 폭력> 전시서문에서) [본문으로]
  14. nao to cumtin: 원래는 ‘케무시노 고토시(Kemushinogotoshi, ケムシのごとし)’이름으로 활동해오다가 개명. 리듬을 치는 소리를 소재로 만든 영상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로 작업활동을 함. ‘나오 투 케무탄’으로 읽음. https://www.nao-to-cumtin.com/ [본문으로]
  15. KA TA: 도쿄 시부야 빌딩 2층에 있는 갤러리. 미술, 음악, 패션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이벤트를 열 수 공간. ‘카타’는 일본어로 틀, 형태, 모양새를 가리킴. http://kata-gallery.net/ [본문으로]
  16. 하라다 유키(Yuki Harada , 原田裕規): 1989년생. 예술가이자 기획자, 평론으로 활동. http://haradayuki.tumblr.com/ [본문으로]
  17. 후쿠주미 렌(Ren Fukuzumi, 福住廉): 1975년생. 2003년 「alternative reality: 스트리트 아마추어 크리티컬」로 미술수첩 예술평론 가작상을 수상. 대표작에 <오늘날의 한계예술>(2008)이 있다. [본문으로]
  18. artscape: 미술 예술 관련 사이트. 전시 소개를 중심으로 리뷰, 서평을 함께 다룸. artscape.jp artscape.jp/report/review/issue/10144601_1839.html [본문으로]
  19. 미술수첩 2018년 4-5월호에서 아트 콜렉티브(예술(가) 집단) 테마로 일본과 동아시아 예술집단을 소개한다. 비평의 플랫폼 맥락에서 읽어보면, 일본의 콜렉티브는 작가와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비평가, 엔지니어, 출판 등등)이 모였을 때, 그 내부에서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가들(의 플랫폼)과 작가들의 괴리가 크지 않다. 따라서 이미 그 집단 내부의 토론이 어느 정도 비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은 ‘리슨 투 더 시티’만 소개되는데 지면이 부족했다는 걸로...) [본문으로]
  20. 작가이자 사상가 아즈마 히로키(Hiroki Azuma, 東浩紀)가 운영하는 ‘겐론(‘언론’의 뜻)’에서 2015년부터 진행되는 프로그램. 강사는 비평가 사사키 아츠시(Sasaki Atsushi, 佐々木敦). 소논문을 제출하고 지도를 받은 뒤, 몇 명을 뽑아 니코동(Nicovideo)에서 공개발표 및 시청자와 등단 비평가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강의 소개의 첫 문장이 ‘비평은 혼자 하는게 아니다’. http://school.genron.co.jp/critics/ 또한 겐론은 ‘겐론β’를 웹 비평지 형태로 출판하여 킨들로 540엔에 구입 가능하다. [본문으로]
  21. “나오나카무라는 노마드 갤러리 혹은 얼터너티브 갤러리로 불립니다. (...) 전시를 하는 공간에 따라「전시공간『나오나카무라』이런 식으로 변화합니다.” TOKYO ART BEAT 인터뷰, ‘애프터 90년대 아트 플레이어 특집 Vol. 2 나카무라 나오 / 디렉터’ (2015.10.29) (www.tokyoartbeat.com/tablog/entries.ja/2015/10/naonakamura.html) [본문으로]
  22. 세키 유카(Yuka Seki, 関優花): 체중계에 올라탄 작가가 체중계에 올려진 거대한 초콜릿 덩어리와 마주 보고 본인의 체중과 일치될 때까지 핥아 녹이는 <≒>(2017), 해가 뜨는 동안 태양을 따라잡으려고 계속 달리는 <태양까지 달려가기>(2017) 등, 어떤 행위와 그 결과를 퍼포먼스 형태로 작업한다. 올해 4월9일-15일 동안 rusu「나오나카무라」에서 첫 개인전 <이야기를 잘 못하게 된다>가 열린다. (cargocollective.com/yukaseki) [본문으로]
  23. rusu: 뒤에 언급할 작가 이시이 요헤이가 2018년 도쿄 메구로에 오픈한 공간. rusu(루수)란, 일본어로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을 뜻한다. (rusu-meguro.blogspot.jp) [본문으로]
  24. 이시이 요헤이(Yohei Ishii, 石井陽平): 사적 차원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비전문가의 난 12호점, 2호점 「나오나카무라」에서 첫 개인전 <진정한 LOVE전, 이것이 나의 사랑의 형태 나무에서 더치 와이프, 마리코까지>, 2014년에 비전문가의 난 12호점「나오나카무라」에서 개인전 <최고로 살아가기>를 열었다. (dutch6666666jap.tumblr.com) [본문으로]
  25. 침↑폼(Chim↑Pom): 2005년에 결성한 6인조 예술가 그룹. 리더 역할은 우시로 류타. 2006년 열린 첫 개인전 <슈퍼☆라트>를 통해 주목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기획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에서 <견딜 수 없는 100번의 키–아이*>(2011)가 소개되었다. (chimpom.jp) * ‘키-아이’는 기합을 나타내는 일본어 [본문으로]
  26. Garter Gallery: 의상 디자이너 에바타 고시로(Koshiro Ebata, 江幡晃四郎)와 침↑폼이 운영하는 공간. 2014년부터 침↑폼이 스튜디오, 갤러리, 샵을 빌려 운영을 계속해온 키타코레빌딩의 한 공간. 2016년에 열린 에서 빌딩 안에 건축가 수오 타카시 (Takashi Suo, 周防貴之)와 협동제작한 ‘침↑폼 거리’라 이름 지어진 길이 열렸다. 뒤에 언급되는 맨홀도 이 길 중간 위치에 있다. http://chimpom.jp/artistrunspace/ghindex.html *‘Sukurappu ando Birudo’는 ‘Scrap & Build’ 를 일본어 발음으로 읽은 것 [본문으로]
  27. Gallery 916: 도쿄 미나토(구)에 2012년에 오픈한 공간. 사진가 우에다 요시히코(Yoshihiko Ueda, 上田義彦)가 운영하여, 주로 넓은 공간에서 사진 전시를 한다. 갤러리가 들어가 있는 스즈에창고 빌딩이 철거 확정되면서 2018년 4월로 문을 닫음. (gallery916.com) [본문으로]
  28. 와타리움 미술관(Watari-um): 1990년에 도쿄 시부야에 오픈한 미술관.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가 설계를 담당. 현재 건물 외벽을 보면, 2015년에 열린 사진 작가 JR의 개인전 때 사진설치가 남아 있다. 이번 와우산 타이핑 클럽의 다섯 명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마이크 켈리(Mike Kelley)의 전시가 열렸었다. (www.watarium.co.jp) [본문으로]
  29. 가나자와21세기 미술관(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金沢21世紀美術館): 2004년에 가나자와 현에 오픈한 미술관. 건축물 설계는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가 담당하여, 항구설치작업으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작품이 있다. 올해 3월까지 자넷 카디프 앤 조르주 뷔르스 밀러(Janet Cardiff & George Bures Miller)의 개인전이 열렸었다. (kanazawa21.jp)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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